표류 in 발칙해

Drifting in the balchic-sea 

22.08.18 – 22.09.03
박시호, 공명성, 정의현
갤러리 별일, 부산진구 전포대로224번길 17

여행이나 휴식 따위의 것과 비교되지 않는 새로운 환기 방법을 제안한다. 세 명의 작가는 당신을 평화로운 일상으로부터 강하게 나꿔챈 장대비이자, 폭풍우다. 우리는 당신이 간절히 바라는 목표가 있는 사람이라는 전제하에 이 전시를 디자인하였는데, 발칙하게도 우리는 최선을 다해 사는 당신을 위해 진심으로 ‘쓸모없는’ 시간을 보내도록 전시를 기획했다. 당신은 목적으로부터 멀어질 때 불안을 느낀다. 이루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멀어진 일이 중요한 일 일수록 불안은 더욱 커진다. 효율적이지 못하고 쓸모없는 정보들로 가득한 이 전시를 감상하는 시간 동안 그대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고 더 큰 불안을 느낄 수도 있다. 

제목 그대로 이 전시는 그대를 위해 휴식과 감상을 준비하지 않았다. 이 전시를 보는 것에 드는 에너지는 이 전시를 탈출하는 것에만 쓰이길 바라며, 아무 짝에 쓸모없는 정보들은 그대에게 견딜만한 스트레스를 선물하길 원한다. 폭풍우를 만난 배처럼 예기치 못한 전시를 만나 전시장에 어쩔 수 없이 표류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한다. 당신은 항해 중 표류했다. 작품을 보기 전에 당신의 캘린더를 보길 바란다. 아름다움을 느끼기 전에 당신의 목표를 끊임없이 떠올리길 바란다. 당신은 이곳에서 끊임없이 원하지 않는 무언인가를 끊임없이 알게 되지만 당신에게는 감상할 여유가 전혀 없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하며 쓸모없는 것을 긍정하지 않아야 한다. 이 전시에 대한 호기심보다 쓸모없는 감상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크길 바란다. 

결국 목표를 이루고 싶은 마음과 목표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동시에 인식하길 바란다.
지금 발전이 멈춰있는 당신이 불안과 평안 중 무엇을 느끼는지 감각하고 전시장을 나가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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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시간 : 13:00 / 20:00 PM
관람료 : 3,000원 (전시관람 시 음료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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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ormance / Artist Talk : 22.08.20 19:0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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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gram : 

참여작가
박시호 @jade_park
공명성 @msg_frame
정의현 @u_uiih_h 

특별공연
AM1257 @_am1257_artstudio

주최/주관
별일 @byul.il
아이테르 @aither_international

E-mail : byulilart@naver.com 

이 건물에 발을 딛는 순간, 우리는 표류자가 된다. 배 이름은 ‘난파’로 1876년 10월(고종 13년) 부산항이 개항한 이래로 부산에서 가장 간절한 마음을 담은 연애편지를 ‘발칙해’를 건너 FT(Fish-Training)아일랜드에 전달하는 대단한 임무를 가지고 있다. 거센 바람과 높은 파도를 만난 배는 식량과 물자를 대부분 잃어버리고 중요한 편지가 외부로 날아가는 바람에 임무를 이루지 못할 상황이다.

구내식당에는 충격으로 기억은 잃은 선원이 난파호를 자신이 예전 일하던 복합문화공간 별일로 착각을 한 채로 돌아다니고 있으며, 짐으로 가득하던 물류창고와 선원숙소는 심한 폭풍우가 지나고 난 후 휑한 채로 남은 것들이 뒹굴고 있다. 계단은 그 사이에 유입된 바다쓰레기들이 늘어져있고 선장실은 몇 선원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물건들이 자리하고 있다.

<박시호>
이 시점의 나에게 표류는 오히려 생존이다. 발목이 꽉 잡힌 채로 바다 속 깊숙한 심연까지 끝없이 빨려 내려가는 것 같던, 숨 쉬기 조차 어렵던 삶의 순간들. 차라리 거북에게 뜯어 먹힐지언정 수면을 부유하는 저 해파리였으면 하고 되뇌이던 수많은 초와 분과 시 가 있었다. 목적을 정해 두고 사는 삶, 의미롭고 생산적인 그 삶의 계획들은 물 속에서 잠궈 버린 공기통처럼 나를 헤꺽, 하고 수시로 목메이게 했다. 살기 위해서는 필사적으로 길을 잃어야만 했다. 
 알던 길을 굳이 빙빙 돌아서 빠른 길을 버리고서, 조금은 퀴퀴한 밧줄 냄새가 나는 골목에 당도했을 때 나는 안심했다. 담쟁이 덩굴도 포기하고 죽어버린 것 같은 담벼락에 이런 저런 물건들이 쌓여있었는데, 그 중에 여러 번 밟혀 다 망가진 나침반이 있었다. 옳은 방향을 가르키는 지 조차 알 수 없었다. 그 나침반을 손에 쥔 뒤부터는 안심이었다. 


<공명성>
우리는 관계가 끝날 때 마다 하나의 세상에서 표류한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예상하고 닥쳐오는 어떤 형태의 마무리라도 적응하기 쉽지 않다. 내가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내가 두려워 이것을 시작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알면서도 시작한 용감한 우리다. 관계가 끝난 직후에는 오롯이 견뎌야하는 시간만이 남는다. 깊은 마음을 털어 둘 곳이 단 하나도 남지 않은 상태. 우리는 정확하게 표류된 것이다. 그 사이에 우리는 입체적인 감정을 느낀다. 해방감, 불안함, 자유로움, 외로움 등 상반된 감정들이 번갈아가며 나를 휘감고 모순되게도 우리는 이 모든 감정을 한 번에 감각하고 이것이 하나의 무엇이라고 형언할 수 없는 시간을 보낸다. 별안간 나의 표류된 감정을 발견한 친구가 말을 건넨다. 이 친구는 나의 표류를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그리고 언제 끝이 날까.


<정의현>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우리들은 가끔 예상치 못한 상황에 표류 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들이 탄 항해선의 모터는 결코 영구적이지 않기에 때로는 표류가 필요하다.

본인은 이번 작품을 촬영할 때 의미 없는 작업을 해보고자 하였다. 하지만 이미지는 복합적인 감상을 할 수 있게 말이다. 작품, 작업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안에 내포되어 있는 무언가를 찾아 감상하려는 경향이 있다. 어떤 이는 색감을, 구도를, 인물과 소품의 배치, 의도 등을 관찰하며 작품을 바라볼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 모든 것들이 ‘쓸모없는’ 행위에 지나치지 않는다. 위에서 말하듯 이번 작품은 아무런 의미 없이 찍어낸 이미지들의 아카이빙이다. 전시장에 이런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는 것만큼 무의미한 것이 있는가? 이러한 내용을 듣고 본 본인의 작품에 실망하였는가? 혹은 화가나는가? 본인은 독자들이 ‘어이없다.’ ‘전시 그만 보고 나가자’ 혹은 ‘나도 작가 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