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의 권리

양치기의 권리: 김기태 개인전

 • 23.09.09 ~ 23.09.16
 • 10:00 ~ 18:00
 • 아이테르 범일전시관, (48737) 21, Beomil-ro 65beon-gil, Dong-gu, Busan
 • https://aither.kr
 • 051-977-5272


작가 노트

어릴 적 읽던 동화는 우리에게 교훈과 함께 올바른 삶의 지침을 위한 경고였다.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삶의 지침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작업은 내가 올바르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을 통하여 올바름을 찾아가는 행위의 연속을 동화로 재구성하여 종이 위에 물감이 스며들듯 나의 감정을 물들였다. 한 장의 그림, 짧은 동화로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오롯이 보여줄 순 없을 것이고 동화가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을, 또 누군가에게는 경고로 다가오듯 나의 작품을 보고 느낀 감정도 다를 것이다. 내가 싫어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좋을 수도 있고, 내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옳은 것일 수도 있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이 질문을 나의 작업에 던져본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어린아이의 투정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나는 짧은 그림동화를 들고 당신에게 묻는다. ‘이것이 옳다고 생각합니까?’

1, 내가 지켜보고 있음을, (내가 지키고 있음을)
2, 양치기의 권리
3, 나무의 죄
4, 강과 너와 나무다리 사이에
5, 기분나쁜 마을
6, 포도밭

김기태 개인전 오디오 도슨트

내가 지켜보고 있음을, (내가 지키고 있음을)

그는 항상 불안했다.
항상 불안한 생각만 하고 있다.
오늘도 이웃은 창문 너머로 자신을 감시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옆집의 이웃이 항상 자기 재산을 노리는 도둑이라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항상 그를 감시하기에 자신이 무사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언젠가 이웃과 크게 싸우게 되었다.

" 항상 당신이 훔쳐봐서 맘 놓고 나가지도 못하겠어! 이 도둑놈! "

그러자 이웃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

" 뭐라고? 네가 항상 훔쳐보지만 않았어도 널 감시하느라 애쓰지 않았어! "

<양치기의 권리>

" 이런 젠장 "

농장 주인으로 보이는 남성이 소리쳤다.

" 지금 뭐 하는 거야 양들이 다 죽었잖아 "

반대편에 앉아있는 파수꾼은 커피를
홀짝이며 대꾸했다.

" 그것도 모르오? 오늘은 일요일이요
쉬는 날이지 "

" 그래도 늑대가 들어오는 건 막았어야지!! "
그러자 파수꾼은 얼굴을 찡그렸다.

" 쉬는 건 내 권리요 지금 내 권리를
침해하겠다는 말이오? "

" 양이 없으면 내가 널 왜 고용해야 해?! "

" 그건 당신 사정이지 난 소임을 다 했소 “

<나무의 죄>

그 길에는 거대한 나무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주변에는 두 사람이 실랑이 중인 듯 보였다.

” 다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
" 이 나무를 당장 체포해."
" 하... 나무를 어떻게 체포합니까, 이런 일로 부르지 마시죠"

상황을 보아하니 그녀는 그만 고목 뿌리에 걸려 넘어진 것 같았다.

" 뭐? 내가 누군지 알아? 책임자라도 체포해! 무릎에 피가 나는 게 안 보여? "

하지만 고목에 책임자가 있을 리 없었다. 고목은 마을의 가장 나이 든 노인보다 오래되었다.

" 그건 그냥 나무입니다. 책임자 같은 건 없어요."

" 내가 지금 장난하는 거로 보여? 이 무릎이! 안보이냐고 이 나무는 책임을 져야 해!! "

" 거참, 애초에 왜 이런 시골에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왔습니까? "

" 뭐야? 하! 감히! 너 같은 건 내 말 한마디면 끝장이야! "

<강과 너와 나무다리 사이에>

그 나무다리는 강을 지나는 하나뿐인 다리였다.
나무다리를 지나려다 그만 놀라고 말았다.
나무다리가 불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급히 강으로 내려가 물을 뿌렸다.

그때였다.

"멈춰요! 뭘 하시는 거죠"

화가 난듯한 목소리에 돌아보니 횃불을 든 사람이 보였다.

"도와주세요. 다리에 불을 꺼야 합니다."

그러자 그 사람은 불쌍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 불은 제가 낸 거예요."

그 당당함에 어이가 없어 불을 꺼야 한다는 것도 잊어버렸다.

"저는 이 다리가 우리가 가는 길을 통제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이제 모든 사람은 자신이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갈 수 있어요."

"그럼 당신 혼자 헤엄쳐 가세요. 다른 이들에게 강요하지 마시고"

나무다리는 이미 모두 불타 건널 수 없었다.

<기분나쁜 마을>

마을근처 호수에 멈춰섰다.

"기분나쁜 마을이야"
호수에 기름을 부으며 중얼거렸다.

자신에게 좋은 자리를 주지않은 주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노인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에게 걸맞은 대우를 해주지 않은 직원도
마음에 들지않았다.

"기분나쁜 마을이야"
기름에 불을지르며 중얼거렸다.

<포도나무>

언젠가부터 마을 근처에 포도 나무 한그루가 자라났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던 포도나무에서는 감탄을 자아내는 포도가 맺혔다.

나무의 주인도 땅의 주인도 없었지만 포도나무는 유명해져 마을의 보물이 되었다.

포도의 가격은 날이갈수록 높아져만 갔고 어느새부터 마을사람들은 포도가 열리는것만
지켜보게 되었다.

해마다 포도가 무르익을 때쯤이면 사람들은 더 좋은 포도를 더 많이 가져가기 위해 싸웠다.

포도는 가격은 결코 양보할 수 없을 정도였다.

사실 몇몇 집은 이미 가져간 포도를 다 처리하지 못해 포도가 썩고 있다.

AI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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