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엽 : 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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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제목 : 역행
전시작가 : 이주엽
전시기간 : 22년 02월 28일 - 2022년 03월 10일
전시장소 : 아이테르, 부산 동구 범일로 65번길 21 4층

 물질들은 무질서(엔트로피-Entropy)로 가는 방향성을 가진다.(열역학 제2 법칙)
 인간이 노화되는 과정, 건물이 노후화되는 과정, 그릇이 깨지는 과정, 무엇이든지 간에 쌓기는 어려우나 무너지기는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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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에서 우리는 먼지 같은 존재일 것이다. 즉, 아무런 의미가 없는 존재이다. 
 다만, 누군가를 만나기 전까지는...
 
 인간이 오로지 내면에서 나의 존재를 찾기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관계 맺기를 통해 자신의 의미를 찾아서 보다 큰 의미를 만들어 낸다.
 나 또한 그렇다. 사랑하는 대상과 함께 있을 때만큼은 의미 없는 존재에서
 누구보다 큰 의미를 가지게 된다. 끊임없이 나는 열역학 제2 법칙을 '역행' 해볼까 한다.

외인자살 2021 / 200x100(cm) / Acrylic Spray & Acrylic

 모든 생물들은 어떤 환경에서든 생존하기 위해 진화해 왔다. 그만큼 생존은 중요한 것이다.  그 어떤 생물이 죽음을 바라는 존재가 있을까? 적어도 내가 아는 지식에서는 그런 존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생존본능을 뛰어넘는 욕구가 있다. 여러 생물들이 생존력을 포기하면서 까지 다르게 진화한 사례들이 있다. 예를 들면 공작, 새 중에서 날지를 못하는 새들은 드물다. 그 중에 우리가 잘 아는 동물이 공작이다. 공작은 번식을 위해 나는 것을 포기하고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화려해졌다. 상위 포식자들에게 눈에 잘 띌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진화를 선택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인간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고...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의 경제활동, 나의 수입에 맞는 지출이 있어야 생존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기의 수입에 훨씬 뛰어넘는 것들을 과시하기 위해 우리는 기꺼이 지출한다. 화려하고 멋있고 이쁜건 사실이다. 퀄리티도 다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곧 나의 숨통을 조여올 것이다.

 

추억이 없는 곳 2021 / 90.9x72.7(cm) / Acrylic Spray & Acrylic

 평생을 살아온 이 곳...생판 모르는 누군가에게 내 터전이 없어져 버렸다...누구에게 이 감정을 호소해야하며 누가 날 위로해 줄 수 있는가...그래...죽자...죽으면 해결될꺼야...죽자...하...너무 무섭고 두렵다...근데 살 용기가 나지 않는다...난 어디로 가야하나...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나...내 추억마저 없애버렸다. 우린 이제 태양도 볼 수 없는 빌딩 그늘 속에만 있을 뿐...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원주민들의 심정을 표현해 보았다. 거대한 자본을 가진 존재에게 난 통제 당하고 있다 라는걸 파란 손과 무채색의 사람으로 나타내었다. '대척'의 그림속의 파란 손을 연장시켜 그 손들이 원주민의 시야를 가리고 몸을 억누르고 숨통을 조여오는 모습이다. 술과 담배, 고통에 찌든 모습을 이가 누렇게 변한 걸로 표현했다. 아크릴과 나이프로 더욱 질감을 거칠게 만들어 좀더 격정적인 감정표현을 했으며 아무리 소리쳐도 어디에도 그 소리는 들리지 않아 머리로 터져 나오는걸 나타내었다. 죽고 싶은 감정을 백합과 국화로 그렸고 타들어가는 마음을 더욱 극적으로 보이기 위해 아크릴 물감을 토치로 초벌 하였다.

 다소 자극적일 수 있는 작품이지만 보다 극적이고 적날하게 원주민의 감정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

 

신비의 손 / 이주엽/2021/41x31.8(cm) / Acrylic Spray

 고전 미술에 대한 배경지식과 디지털 기술의 조화를 이루는 유명작가 이그나시 몬레알(Ignasi Monreal)의 작품 중 ‘신비의 손’ 작품을 오마주 하였다. 1, 2차 단체전의 주제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 이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오마주 하기로 하였다. 이그나시 몬레알도 고대 연금술과 관련된 서적을 보고 손 그림을 마주한 적이 있다고 하였다. 거기서 모티브를 얻어 이그나시 몬레알 만의 느낌으로 재해석 한 작품이 ‘신비의 손’시리즈들이다.

 나는 ‘작가는 손으로 세상을 표현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열정에 불타올라 손은 점점 잿더미로 변해가고 그런 손으로 열심히 말을 해 보겠다 .’라는 의미를 만들어 보았다. 

 

나르시즘 / 이주엽 / 2021 / 130.3X97(cm) / Acrylic Spray

 내가 상상하는 미래의 내 모습, 그리고 내가 그림 그릴 때의 모습을 제3자의 시각으로 보면 어떨지 라는 설렘과 여러가지 내가 좋아하는 사상들을 넣어 보았다. 음양오행 사상에서는 양과 음의 균형을 중요시 한다. 나는 남자이고 양의 기운을 가졌다. ‘양과 음의 기운을 둘 다 가질 수는 없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종종 해본적이 있다. 그럼 내가 누구보다도 폭 넓게 대화를 할 수 있을 꺼라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여기서는 나를 여성화 시켜서 표현했고 그림 그릴 때 방독면을 항상 차고 작업을 하기 때문에 작품에서도 방독면을 나타내어 주었다. 그림 그리는 내 모습은 가끔 괜찮다고 생각한다.

 

먼지 / 이주엽 / 2021 / 130.3x97(cm) / Acrylic Spray

 우리의 육체는 단지 우주에서 왔을 뿐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들의 결합과 분해의 연속 속에서 탄생했다. 우연일지 필연일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그런 먼지속에서 태어나 거대한 무리를 지어 살아가고 있다. 의미 없는 무리 속에서 각자의 유대관계가 있다. 그러면서 '나'라는 존재를 알게 된다. 그 무리를 부정할 수 없는 존재라면 기꺼이 그 무리속에 들어가 나의 유대관계를 만들며 살아가겠다.

달려라! 무당벌레야 / 이주엽 / 2021 / 116.8x80.3(cm) / Acrylic spray & Acrylic
 부산에서 시작한 12명의 작가들. 마지막 단체전을 실시하면서 페스티벌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다같이 6회 전시를 무사히 마쳤다라는걸 담고 싶었다. 그 누구도 낙오 없이 다같이 열심히 했다. 무당벌레가 나를 상징하고 지구를 들고 있는 콩나무에 11명의 작가들이 무당벌레와 함께 놀고 있다. 그 모습들을 찾아보면 감상하는데 더욱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선택 / 이주엽 / 2022 / 90.9x72.7(cm) / Acrylic Spray & Acrylic
 언젠가는 선택의 갈림길에 설 때가 있다.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그러한 상황이 있을 것이며 경험을 했을 것이다. 내가 바라는 이상향과 현실을 직면할 때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여러분들은 어떤 선택을 하실건가요? '선택'이라는 그림을 그리는 당시에 나는 이 선택지 중 하나를 버려야만 하는 상황이었고 지금은 그것을 과감히 버렸다.